48복산 산행후기 07년 12

立春 그리고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7.2.3 북한산)

비록 입춘을 넘겼으나 여전히 음력으로는 동짓달 한가운데라 한겨울 산바람의 차가움 만만치 않음을 익히 알고 두툼하게 껴입고 春來不似春을 중얼거리며 문밖을 나섰으나 언덕을 비껴 내려있는 앞집 마당의 목련꽃 눈망울들이 한껏 물오른 얼굴로 내려다보며 일제히 陶淵明 싯귀를 함께 합창하듯 소곤대니 “春水滿四澤”-봄물이 연못에 가득하네― 그런데 꽃망울들의 합창소리가 탄생의 흥겨운 봄타령이 아닌 레퀴엠, 그 Introitus(입당송)로 들리었다고 하면 그리고 이를 지나친 기우로 인한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An Inconvenient Truth’ 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에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가 거듭 강조하는 이른바 ‘Global warming's deadly progress’ 내용들을 되새겨 보면 이미 지구는 ..

어제를 위한 내일 (2007.1.13 북한산) 166차

하늘에 매달린 조각구름 사이를 떼 지어 나는 철새들처럼 무리지어 흥겹게 대여섯예닐곱이 함께 오르는 다소 떠들썩한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니 이따금 둘이나 셋이 오르면 오지 못한 동무들이 즐겨 보라고 준 호젓함보다는 그 뒤 끝에 따라오는 아쉬움을 누가 먼저라고 할 바 없이 성큼성큼 바짝 당기는 속도감이 주는 가쁜 숨소리로 달래며 오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음을 새삼 확인하듯 헌모가 부지런히 치고 나가니 범희 결코 뒤질 리 없다. 산길에서 동무들이 던지는 저마다의 화두가 시간의 축을 넘어 상상의 매질위에서 중첩(Superposition), 전혀 새롭게 만들어지는 파동들이 다시 어깨 사이사이를 비집고 알맞게 자극하며 넘실대는 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한 것은 이 또한 그 화두의 알맹이보다는 그를 온전히 감싼 껍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