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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향, 하늘의 弔花 그리고 윤회

1. 지난여름 긴 열대야에 지친 육신들이 남기고 간 복사열의 흔적이자 가을이 마련한 침묵의 명상으로 내려앉은 윤회의 색깔인데 소멸은 바람으로 부활은 빛으로 고요하게 스쳐가고 잔잔하게 반짝인다. 저 빈 의자에 앉았던 이들이 맞이할 다음 생의 모습들에 대해 나누는 두런두런거림이 나지막하게 들리는 듯 하다. 2. 하늘에서 보낸 위로의 弔花이자 거둠의 소환장인데 도착하는 순서는 다르지만 그 아름다움의 반전 혹은 덧없음의 심연으로 꽃의 향을 닮는다. 꽃이 먼저 도착한 까닭은 단지 초대장에 그렇게 쓰여 있기 때문이다. 슬픔으로 마주 잡는 손이 공감의 따스함을 일깨워주듯이 마주보는 기쁨이 홀로 선 뒷모습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2018.11.23

2 0 1 6 . 7 . 4 . 에 떠 난 친 구

세상에서 단호하게 그리고 가장 맑은 목소리는 무얼까. 나이로 쳐서 반 백 년을 훌쩍 넘기고 다시 만난 한 친구는 늘 주저하는 입술과 혼탁한 대기로 숨을 쉬며 그 목소리로 그의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첫 번 째는 빛바랜 담론조차 함부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예를 들어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해석과 그 직관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멀리 지나갔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되돌아보는 잔잔한 회한, 숨죽인 채 잔향으로 울리는 미세한 분노, 여릿여릿하게 그러나 온몸을 조이고 흔드는 떨림들. 죽음은 산자들이 슬피우는 서곡이거나 죽은 자들이 찬양하는 부활의 레퀴엠인데, 여전히 너의 친구로부터 떠나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이고 나의 친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공허한 현실이다. 그리고 바둑의 모든 패가 끝내 좌절하지 못하는 ..

201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