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복산 산행후기 06년 45

2006년12월23일 161차 후미청촉시각과 계절의 경계..

오랜만에 만난 동무가 너는 왜 항상 이 산에만 오르느냐며 묻는 그 산은 멀리서 보기에 그저 오직 (북)한산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늘 내리는 구기동 버스 정류장도 한결같아 따분하지 않느냐는 질문 또한 나라도 그리 물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산에 안기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답하고 싶다. 늘 같이 다닌 동무들의 기억을 되살리면 구기동에서 북한산에 접어드는 초입은 네 군데고 97년 언저리만 해도 즐겨 다니던 허나 지금은 자연 휴식년제로 막힌 사자능선으로 오르는 길까지 치면 다섯 군데다. 그리고 이 각각의 초입으로 접어든 후 한 10여분 정도 오르면 다시 둘에서 셋 정도의 선택할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이 갈림길을 10여분에서 30여분 오르면 또 다른 갈림길들이 있어 그 길들이 펼쳐주는 풍광이 당연..

2006년12월 2일 159차 풍요의 나눔, 버림의 실천

한 뼘 빛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하늘을 가득 채웠던 그 많은 잎조차 이제 제 수명을 다하고 서너 장으로 매달린 초겨울 이즈음 아직 첫눈이 덮이기 전 저만치 떨어진 낯익은 산봉우리들을 먼발치로 바라보며 걷다 보면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었던 결코 부끄럽지 않게 드러내는 부드러운 속살 같은 흙빛과 곳곳에 단단한 근육처럼 자리 잡은 바위, 그리고 조금 더 눈썰미가 있으면 이를 떠받치고 있는 골격의 형상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도저히 헤아리기 어려운 수억 년 장구한 세월의 표징인 깊게 패인 주름으로 덮인 두 손과 온몸으로 하늘과 그 곳에서 내려오는 모든 빛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지상의 그 어떤 위대한 종교의 경건함도 그저 한 여름 새벽이슬에 지나지 않는 듯싶다. 해서 여름 산이 풍요의 ..

2006년11월18일 158차 옛님들 그림자 깔고 앉아...

마치 제 그림자의 주인인양 아직도 주위를 맴도는 여름에 안절부절못하며 어느새 다가온 小雪을 제 눈으로 온전히 맞이하지 못함을 텅비어가는 가슴, 바람으로 을씨년스럽게 열어 보이는 늦가을 안쓰러운 푸념. ‘내 것 내 마음대로’라는 초(Meta)이념을 매개로 맺은 씨앗들을 그 이름으로 퍼뜨려 준 덕에 남극이든, 아프리카든, GDP 10달러 휴양지든, 초(Hyper)대국 재즈 마을이든 지구 어느 곳에서나 그 태초의 말씀 이후 유일무이하게 무차별적인 단일 품종으로 보고되는 ‘온난화’가 바로 네 탓이 아니냐며 ‘네 것도 내 것’임을 절대이데아로 뿌리 삼아 번성한 ‘세계화’에게 욕망이 태초에 있었다고 히브리어로 그렇게 써있냐고 물었더니 태초에 욕망이 계셨다고 그렇게 읽으라고 써있으니 너 믿어라한다. 늘 그렇듯 이런 ..

2006년11월11일 157차 늙은 절터에서...

서두르지 않고 나서니 벗이 곁에 다가와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그머니 스치며 재촉하여 성큼 한걸음쯤 벗의 그림자 조심스레 비껴 내딛었습니다. 소담스레 먹음직한 벗의 미소를 눈가로 얼른 훔쳐 고이 싸서 챙기고 그 잔잔한 너울 여느 저녁노을처럼 즐겨 바라보았습니다. 벗은 영혼의 자유를 찾아 온몸 하늘로 날아가고 그 틈사이로 내려앉은 벗의 몸짓, 짙게 남아 어깻짓으로 짐짓 슬쩍해볼 따름입니다. 범희, 기문 두 벗이 앞서가고 발그림자 달에게 빼앗길까 성큼 성큼 거두며 부리나케 내려와 늙은 절터에서 젊은 아낙같은 돌덩이에 걸터앉아 직립타령 복분자로 달래주고 반쯤 열린 쪽문 밀고 들어선 겨울에게 아깝지 않은 잔소리 한마디 던지고 왔습니다. 파농이 얘기한 대로 내부가 외부가 되는 순간 신동엽이 툭 던진 그러나 쿵하는 시..

2006년11월 4일 156차 청송과 규선네 사과밭

함께 간이 : 허경&w, 헌모&w, 윤식&w, 원한웅&w, 종철, 창길&w 11명 가서 한일 : 11월 4일: 청송 규선이네 사과밭 잘 익은 꿀사과 따기, 규선이네 솥뚜껑 삼겹살과 청송 군의장네 막걸리, 규선이가 땄다고 주장한 자연산 송이와 불고기, 청송휴양림 일박: 이 모두 규선부부의 나눔! 11월5일: 주산지, 주왕산, 주왕산 알카리 온천, 신촌 탄산약수로 익히고 찐 닭불백숙. 장시간 운전하느라 고생한 허경과 복산골 특급에게 다시 한번 감사. 하늘이 내린 빛과 비와 이슬에 규선과 부인의 피와 땀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자연과 노동의 최고의 합작 결실물임에 한없는 감사로 다들 한입 두입 맛있게 들기를. 비용 명세: 입금 55 만원 (11* 5만원) 지출 차량 유지비 : 15만원 규선네 딸 격려금 : 15만..

2006년10월14일 153차 '사실의 힘'은 압제적인 힘이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이래 수 억 년 동안 그 모든 생명체들이 번식과 잉태를 거듭하며 지켜온 바로 그 생물학적 원형질도 그리고 그 무수한 생물들이 진화를 거듭하여 출현하게 된 호모 엘렉투스/사피엔스/루덴스/하빌리스의 수백만 년에 걸친 발자취조차 철저하게 말살하는 절멸의 공포에 다름없는 ‘핵’이라는 절대폭력을 들고 나와 한반도를 일순 구석기 시대 이전으로 되돌리며 얼어붙게 만든 한 인간과 그를 추종하는 체제 내 일부 집단이 내세우는 그 까닭인즉 이데올로기의 지독한 독선적 외피로 겹겹이 둘러싼 이른바 ‘그의 國家’의 안위와 ‘그의 民族’의 생존을 위함이라며 흡사 곧 질식할 듯 쇳소리로 목청껏 외치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은 이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핵무..

2006년10월 5일 152차 산행후기

수원의 제안에 따라 양재역 5번 출구에서 기문, 수원 등 다시 서이 모이며 오고 가는 반가운 인사 그 끝에 따라오는 못 온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운 염려(?). “한가위 제상에 올릴 밤 따러 다들 뒷동산 밤나무에 올라 가 있는 갑세. 늘 낙상과 타박상이 염려됨세” 원터골로 들어서 오르는 도중 한가위에 관한 어릴 적 추억담을 주고받는 중 기문 왈 모친이 집안에서 선친 제상에 올릴 밤만은 꼭 자신이 다듬어 올리게 하였다고... 이에 우리 고유의 토템에 관해 한 자락 덧붙이면... 예부터 밤은 우리 토속신앙 중 조상과의 유대 관계를 은유하는 토템의 하나로 전해 내려오는데 특히 조상 제사상에 올리는 밤은 그 집안의 가장 중심이 되는 남자 어른이 깎아 올려야 하는 것이 오랜 관습으로 내려져 왔단다. 아마 어릴 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