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주점에서
자식 자랑 늘어진
소음 속에서 먹지도
못하는 술잔을 받고
목을 빼고 기다린다
할아버지 지금 출발했어요
아침을 여는 외손자 목소리
딸도 자식이고 사위도
아들이라 그냥 하는
소리만도 아니었구나
감나무 빈 까치집에
더운 바람이 분다
-이 시영
meta text:
트윗에서 읽은 위 시 덕분에 쓰게 된 시.
(따라서 모방과 영향사이에는 분명 오마쥬에 대한 또 다른 오마쥬가 있다.)
술 한 잔 주고받지 못한 채
뒷모습조차 그림자 없이
사라지는 그 이들 덕분에
늘 붐비는
삼거리 그 주막 들창에서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며
자식 잃은 애비들끼리 모여
서로 핏기 없이 수군거리고
아직도 그렇게 날선 푸념이
간간히 새어
나오는 그 적막한 들창에서
그 자식의 자식이 애틋이 바라보는
할애비가 되어서도 없었던 척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참 못된 어리석음을 너의 탓으로
삼키고 감추려는 그 들창을
시인은
슬그머니 닫고
슬그머니 저의 맨가슴을 가르고
그 안으로 손을 넣는다.
더운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