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시, 쓴 시

todayandnow 2016. 1. 22. 18:23



삼거리 주점에서

자식 자랑 늘어진

소음 속에서 먹지도

못하는 술잔을 받고

목을 빼고 기다린다

 

할아버지 지금 출발했어요

아침을 여는 외손자 목소리

 

딸도 자식이고 사위도

아들이라 그냥 하는

소리만도 아니었구나

 

감나무 빈 까치집에

더운 바람이 분다

 

-이 시영

 

meta text:

트윗에서 읽은 위 시 덕분에 쓰게 된 시.

(따라서 모방과 영향사이에는 분명 오마쥬에 대한 또 다른 오마쥬가 있다.)

 

 

술 한 잔 주고받지 못한 채

뒷모습조차 그림자 없이

사라지는 그 이들 덕분에

늘 붐비는

삼거리 그 주막 들창에서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며

자식 잃은 애비들끼리 모여

서로 핏기 없이 수군거리고

아직도 그렇게 날선 푸념이

간간히 새어

나오는 그 적막한 들창에서

 

그 자식의 자식이 애틋이 바라보는

할애비가 되어서도 없었던 척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는,

참 못된 어리석음을 너의 탓으로

삼키고 감추려는 그 들창을

시인은

슬그머니 닫고

슬그머니 저의 맨가슴을 가르고

그 안으로 손을 넣는다.

더운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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