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복산 산행후기 07년

7월 같은 8월을 보내며

todayandnow 2007. 8. 27. 17:24

 

 

 

마침내 풀무질을 끝내고 검붉은 쇳덩어리 하나를 모루에 올려놓았다.

첫 모금은 그대로 들이키고 두 번째 모금은 목젖을 뒤로 제치곤 힘차게 뿜어냈다.

메케하고 찐득한 습기가 눈앞을 뿌옇게 닫았다.

 

이어 가시권 밖에서 광음으로 노리더니 일촌으로 치받으며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일거에 모든 스펙트럼을 장악했고 一切를 가차 없이 내리치며 탕탕 달구어댔다.

 

죽은 아스팔트도 살아 흐느적거렸다.

모든 길은 이제 거대한 끈끈이가 되어 거미줄처럼 뻗어 나갔다.

낌새를 챈 도시는 없는 탈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허둥대며 들락날락

분주했다. 그늘에서 그늘로 숨어 다니며 거리는 하얗게 비워졌다.

 

8월은 늘 그렇게 거침없이 작열했고 끝없이 목말랐다.

그런데 20078월은 예의 그 8월이 아니었다.

무덥고 답답함만이 오직 가까웠다.

 

혹시라도 튀는 불똥을 본 적이 있느냐는 愚問은 습관을 그 탓으로 돌렸다.

거리는 끈끈이의 두려움에 대한 오만한 향수가 이따금 구정물처럼 곳곳에서 흘러 나왔고

비 맞은 쥐새끼들처럼 서로를 모른 척 비껴가더니 저만치에서야 느릿느릿 돌아서서 말없이 뒷모습들을 쳐다보았다.

 

개 중에는 뜻 모를 소리를 세월 갉듯 이죽대곤 곧 사라졌다.

음습한 굴은 서로의 사타구니를 막걸리 잔처럼 핥는 소리로 내내 부스럭거렸고 새끼들은 어미 젓을 싫증난 장난감처럼 대했다.

 

달력도 732, 733, 그리고 762일로 읽혀졌다.

실종된 8월의 그 많은 하루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묻지 못했다.

그것이 과연 대장장이가 바뀌어서인지 담금질의 목적이 바뀌어서인지

또는 그 다른 무엇으로 인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따져 묻지 못함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안타까움은 당연히 더욱 그곳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