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낙화, 그 심연

todayandnow 2021. 5. 25. 14:13

하늘에 떠있는 별을 재발견한 후 끈질긴 관찰이 이루어지고 망원경과 수학이 굴절과 파동을 매개로 빅뱅, 평행우주, 흑물질 등으로 바로 앞의 이론과 가설을 지우고 뛰어넘는 동안 결코 바뀔 수 없는 어떤 말을 예견함이 불변의 운명임을 암시하는 조짐들이 있다.

 

창조와 변화에 대한 지칠 수 없는 호기심과 집요한 의혹이 없었다면 어떤 지식은 여전히 선사시대 이전에서 머물렀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어떤 종교적 구절도 선사시대의 낮은 지식이 좀 더 높이 오르려다 실패한 수수께끼 정도로만 전해졌을 것이다

 

어떤 최초를 모두의 최후로 예감하는 것은 침묵의 부동자세로 종교의 영역 근처에서 가능하지만 모두의 최초를 어떤 최후로 서술하는 것은 다가올 무수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용기를 북돋운다.

 

꽃이 피어 지는 날 까지 몇 낮의 삶을 함께 즐기고 몇 밤의 꿈을 더불어 꾸었다면 꽃이 지고 난 후에 그 자리에 있을 불멸과 영원의 심연을 그냥 지나 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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